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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호야등불

보리 짚 한 움큼 거머쥐고

비비고 구부려 가며

초가의 낙수 물 적시어

아궁이 재 묻혀놓고

시커멓게 감장 칠된

호야를 닦는다.

 

눈 어두워 등불 곁

다가서 비추시며

바느질하시는 어머니

오늘 밤은

눈가 주름살이

조금은 없으시겠다.

 

깨질세라 조심조심

감장 재 씻어내고

둥근 호야에 비친 해는

어느 때보다 밝다.

호야에 해를 가득 담으면

어머님 주름 펴지시겠다.

 

긴 밤 머리 굽을 비벼 가며

호야 등불 가까 울적

반짝 빛나는 바늘은

섬뜩하게 뾰족 해 보이는데

어머님 손길은

나날이 더디어 간다.

 

문풍지 소리 등에 업고

호야 등불 아래 비친 그림자

야위어 가듯

왜 그리 꾸부정 하신지..

해를 호야에

깨끗하게 담아놓고

어머님 주름 펴 드려야겠다.

 

꿈에서라도...

 

201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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