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모퉁이 품에서.
하늘 가득
백설이 난무하니
고운 임 섬섬옥수
긴 설풍에
소매 자락 휘 날리네.
생의 연
흙속 뿌리 박혀놓고
백설 속 헤집어 일어서서
하얀 적삼 휘날림에
함께 너풀대누나.
말없는 바위는
얽힌 듯 삶의 연
잔설로 뿌려놓고
고운님 너울에
주름 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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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폭설과 눈보라가 심하던 날
길을 나서 보니
문득 별 생각이 다 든다.
하늘에서의 만남은
천기를 거슬리기에
이 땅 위에 비가 내려
하늘을 볼 수 없게 하고,
있을지 모를
하늘과 땅과의 만남은
이렇게 백설을 바람에 실려
하늘로 치솟게 하고
하늘은 땅으로
메몰 차게 내리며 휩쓸어
분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인간사 세상의 미물은
그 조화를 볼 수도, 알 수도 없기에
한 모퉁이 품에서
살다 가고
흙이 또 되리라.
말없는 바위는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며
세월 속에
오래 있을 뿐이다.
201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