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다 내리고 무더운 열기는 오르락내리락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이곳 저곳을 바라본다.
단감나무 위에 빗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수국들은 비의 무게에 고개를 숙이고
오래된 대봉감 나무도 몇 개나 열매나 달렸는지
잎이 무성하다.
어제보았던 칡줄은 제거했는데
요 녀석들은 소리 없이 슬금슬금 집뜰과 화단으로 들어온다.
예전 같았으면 꽃잎에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을 담아보려고
이리저리 다녔을텐데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어제는 날이 좋아 제초제를 치고 나무도 전정하여서 인지
눈에 거슬리는게 조금씩 없어진다.
사방을 둘러보며 텃밭과 화단에 삽목 한 꽃들을 생각한다.
비가 오니 잘 자라겠지 하는 마음이 든다.
더불어 물주는 일이 없어 좋다.
거봉포도와 포포나무 열매는 대충 봉지로 싸 놓았는데
올해는 먹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과며 오디며 감이며 모든 열매는 새들의 양식이 된다.
배가 고파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렵게 종자목을 구해 화분에 삽목하고 땅에 묻은
수국들은 왜 뽑아 버리는지 참 해도 너무한다.
새롭게 구한 수국 종자목들을 감로차 산수국 망안에 삽목 하니
봄이 되면 이곳저곳에 옮겨 심어야 하겠다.
입구며 집주위 화단에 재작년에 삽목 한 수국들을 기대했는데
곱기는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봄이 되면 골고루 잘 옮겨 심어야 하겠다.
비가 오니 마음이 느슨해진다.
개복숭아 열매는 초등교 동창한테 따 가면서 강전정을 해버리고
바람에 쓰러진 어오리사과나무와 대추사과나무도 강전정을 해버렸다.
오디나무도 너무 커서 강전정을 해 버렸더니 열매가 조금밖에
열리지 않아 새들의 먹이로 주기로 했다.
소국들과 큰국화들이 볼수록 많이 커간다.
매년 보는 소국들이지만 너무 뽑으며 정리해서인지
수세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창가에 앉자 바라보기에는 좋을 듯싶다.
오랜만에 창밖의 비 내리는 모습과 꽃들을 바라보자니
초등교때 유일하게 외웠던 시 가 생각난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 최남선의 「혼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