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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참

 

거짓과 참

 

게미스레 한 눈으로 아침을 맞으니

살만한 빛이 비치는 세상이라 느껴진다.

걷어내는 이부자리가 포근하다.

육팔 컴퓨터의 용량은 예전과 다르게

재빨리 부팅되고

세상살이 시작 하나부터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간다.

 

언짢게 가끔 걸리는 메모리도

멈춰 서듯 하다 이내 잘 넘어가고

안도감에 히쭉 거리는 웃음을 머금게 하는 시간에

자신도 모를 육신은 버릇처럼 창문을 열고 세상 빛을 받아들인다.

 

낙천적으로 사는 것이 세상 회피일까..

삐그덕 거리듯 돌아가는 육팔 컴퓨터는 고물이 다 되었는가.

자기만의 충족으로 삭제를 시켜버리는 것이

흔히 이야기 하는 싸구려 비품 부속으로

제대로 조립이 안 된 모습일까.

세상은 그리 고물 도장을 찍는 것 같다.

 

두려움과 자존심 속을 오가며

선택하는 기로에서

시대에 맞출려는 육팔 컴퓨터는 고민을 한다.

허와 실속을 깊숙이 빠져 헤매다

어느 순간 포기하듯, 복잡하듯 삭제를 시키면

파르르 하게 껌뻑거리는 불빛에

창밖 빛이 너무 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어진 육팔 컴퓨터

오랫동안 연결되지 않았던 선

하수도의 찌꺼기처럼 걸리지 않겠나 하는.. 선

뻔질나게 미끄러지듯 이어지는 선

 

참과 거짓을 바로 전송하지 못하는 육팔 컴퓨터는

사전 설정된 맹세 속에 갈등을 하다

뒤죽박죽 삭제로 가며

또 다른 세상의 아침을 바라보게 한다.

 

내 용량과 기종에 맞는 설정을

다시 바꾸어 갈려면

새로운 사고의 정품으로 조립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두렵다.

육팔 컴퓨터마저 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참과 거짓을 알면서도

그대로 부팅시키는 것을

낙천적이라 우기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라

껌뻑이는 불빛이 더디어 가면

또한 눈 껌뻑여 가며 또닥여 보는 것인지라...

 

칠공 컴퓨터는 잘 돌아갈까..

껌뻑 거리지만 아직은 돌아간다.

힘겨운 깜빡임 그래도 또닥이는 마음을 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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