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와 소년
산골길 외딴집
연분홍 봉숭아꽃
마당 구석 피어있고
흙먼지 가득하게
한 소년 껑충껑충
한발 짚고 놀고 있네.
마당에 둥그렇게 그린 원
뱅뱅 돌며 왔다 갔다
께재재한 얼굴에
코 흘린 자국 가득
막대 사탕 입에 넣고
맛나게 놀고 있네.
어스름한 초가지붕
새끼줄로 꽁꽁 묶고
감나무 가지 끝 빨랫줄
다 떨어진 감 옷 한 벌
할머니 바느질 옷
주름이 가득하네.
봉숭아 빛 얼굴에
그을린 목덜미
커다란 눈망울 껌뻑
흙먼지 옷에 베어
몸 빨래 널어놓고
할머니 오시는 길
껌뻑이며 바라보네.
씩 웃는 소년 얼굴
빠진이 듬성듬성
입에 묻은 사탕 자욱
할머니 손 사랑 가득
감나무 그늘 장독 대물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린 고추 다툼하며
할머니 정 가득하네.
2010. 10. 12. 옮김